어쩌다 일상81 여름을 기다리며 나는 가을을 반기지 않는다. 뻔한 이유라면 이것저것 댈 수도 있다. 하지만 담백하게 말하자면? 그냥 여름이 가는게 못내 아쉬워서 그런다. 정 붙인지 5개월이나 된 짝지가 강제로 바뀌는 것 같거든. 같이 붙어다닐 땐 지지고 볶아도, 막상 헤어지면 서운한 그런거. 어쨌든 그저 그런 이유로, 내게는 가을을 인정하기까지 꽤나 시간이 걸린다. 뉴스와 달력이 입추를 알리면 속으로 생각한다. 아직 여름이라고. '가을 되려면 아직 멀었어, 다들 아직 반팔티 입는다고.' 그러던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입술이 까칠하다. 서늘한 공기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건 늘 입술이다. 그래도 인정을 못하고, 태풍 와서 그렇지 좀 있으면 다시 더울 거라고 되뇐다. 그렇게 오기를 부리면 곧 서늘한 공기가 이마, 뺨, 상체까지 내려앉는다... 2022. 10. 12. 이전 1 ··· 14 15 16 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