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을을 반기지 않는다.
뻔한 이유라면 이것저것 댈 수도 있다.
하지만 담백하게 말하자면? 그냥 여름이 가는게 못내 아쉬워서 그런다.
정 붙인지 5개월이나 된 짝지가 강제로 바뀌는 것 같거든.
같이 붙어다닐 땐 지지고 볶아도, 막상 헤어지면 서운한 그런거.
어쨌든 그저 그런 이유로, 내게는 가을을 인정하기까지 꽤나 시간이 걸린다.
뉴스와 달력이 입추를 알리면 속으로 생각한다. 아직 여름이라고.
'가을 되려면 아직 멀었어, 다들 아직 반팔티 입는다고.'
그러던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입술이 까칠하다.
서늘한 공기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건 늘 입술이다.
그래도 인정을 못하고, 태풍 와서 그렇지 좀 있으면 다시 더울 거라고 되뇐다.
그렇게 오기를 부리면 곧 서늘한 공기가 이마, 뺨, 상체까지 내려앉는다.
그 모든 과정을 거쳐 바로 어제, 2022년의 가을을 인정했다.
패배의 의미로? 생활 패턴에 몇몇 개혁이 시작됐다.
들러붙지 않는 시어서커 반소매 잠옷은, 보드라운 면소재의 긴소매 잠옷으로.
산뜻한 여름용 스킨케어 제품은, 리치한 제형의 크림으로.
내도록 열고 지낸 방 창문은 꼭 닫고, 선풍기도 끄고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이젠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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