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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문화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 지진 소재의 애니메이션

by 단호박캔디 2023. 3. 9.
  • 관람 일자: 2023. 03. 08
  • 장르: 애니메이션
  • 성우: 하라 나노카(스즈메), 마츠무라 호쿠토(소타)
  • 국가: 일본
  • 감독: 신카이 마코토
  • 러닝타임: 122분

Suzume(2023)

 

믿고 보는 신카이 마코도 감독 최신작.

솔직히 메인 포스터는 별로 와닿지 않았는데, 감독명을 보고 봐야지 했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은 여럿 봤는데, 그중 특히 좋아하는 건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초속 5cm'.

 

포스터는 이 편이 더 맘에 든다.

 

스즈메의 문단속 줄거리(초반까지. 중간~결과 불포함)

 

여주인공 스즈메(고2)

 

어릴 적 대지진으로 엄마를 잃었으며, 이모가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운다.

엄마를 찾아 헤맬 당시 저승을 헤맸던지 저세상을 보는 능력이 있다.

 

+ 금사빠 기질. 등굣길에 처음 본 남자한테 반한다. 

 

(장발남한테 마음을 빼앗겨 속으로 '아름다워...' 하는데 조금 오글거렸다.

차라리 말없이 동공만 커지는 게....)

 

남주인공 소타(대4)

집안 대대로 토지신(문 닫고 다님).

가업은 그렇고, 현업으로는 교사가 되고 싶어 한다.

여주랑 처음 만난 날도 폐가를 찾고 다니는 중이었다.(문이 폐허에 많은 편)

 

문이 열리면 저승의 미미즈(쉽게 말해 지진 신)가 분출되고,

그게 솟구치다가 땅으로 떨어지면 지진이 일어나 대재앙을 초래한다.

 

 

어찌 보면 좀 제멋대로인 고딩 스즈메는 학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갑자기 뛰쳐나가 소타를 찾으러 간 곳.

소타는 찾지 못했지만, 대신 문을 발견하고 직감적으로 열어본다.

 

꿈에서 봤던 별천지가 펼쳐져있는데,  막상 들어가면 그냥 현실세계로 빠져나와진다.

문 너머는 저승이라 들어갈 수 없었던 것.

 

뭐야 이거 왜 안 들어가져!!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다가 발꿈치에 걸린 요석도 찾아낸다.

고양이 모양의 돌을 쭉 뽑아 올리는데, 

이내 돌이 진짜 고양이로 변신하고, 스즈메는 깜짝 놀라 내던지고 도망간다.

 

문 열고 요석도 뽑고 대환장

(요석: 미미즈가 문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는 역할)

 

그렇게 점심시간에 학교로 복귀해서 창밖을 보는데,  도망쳐 온 쪽에서 시뻘건 연기가 보인다.

그리고 스즈메 외에는 그 누구도 그 연기를 보지 못한다.

어쨌든 소타가 위험할까 봐 또 뛰쳐나가는 스즈메

 

 

 

드디어 찾아낸 소타는 토지신 임무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었다.

여기서 빨리 빠져나가라는 소타의 말을 무시하고, 스즈메는 문단속에 힘을 보탠다.

 

무사히 문을 닫고 난 뒤,

스즈메는 상처 입은 소타를 치료해 주기 위해 집에 데려온다.

그렇게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수척한 모습의 아기고양이가 나타난다.

 

스즈메는 고양이에게 멸치(내 짐작)와 마실 것을 내준다.

"우리 집 아이 할래?" 하는 스즈메의 말에 고양이가 "좋아! 스즈메 다정해."라고 말대답을..

그러더니 소타를 쳐다보고 "넌 방해돼."라고 말하며 간단히 저주를 걸고 사라진다. 

덕분에 소타는 옆에 있던 스즈메의 어릴 적 아동용 의자로 변해버린다.

 

스즈메의 의자는 어릴 적에 엄마가 생일선물로 직접 만들어준 것으로,

스즈메에게는 굉장히 의미 있는 물건이다.

 

사실 이 고양이는 요석에 갇혀있던 신.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스즈메의 다정함(사랑)을 받으면 윤기나는 고양이가 된다.

후에 나오지만 스즈메에게 거절당할 땐 다시 수척해진다.

 

예상이 되겠지만 이다음부터는 문 닫고 다니다가 일어나는 스토리다.

뒤로 갈수록 흥미진진했고, 중반까지는 좀 루즈했다. 끝까지 봐야 한다.


지진을 저승과 연결시킨 점이 신선했다.

 

일본은 굉장히 다양한 신을 섬기는 나라라고 알고 있는데,

그런 무속신앙적 문화가 애니메이션 속에 특히 많이 묻어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 일본을 배경으로 저런 연출을 하는 게 이해가 된다.

 

한편, '너의 이름은'이 자꾸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급히 산으로 뛰쳐 올라가는 장면에서는 계속 생각났다.

특히 수몰된 마을이 나올 땐 겹쳐 보이는 느낌.

 

시공간의 물리적 거리감과 역경을 이겨내고 같은 목표를 향해 힘을 합친다.

거기에 아주 약간은 로맨스적 요소도 가미됐다.

잠에서 깨지 않는 남자에게 키스를 하면 깨어난다는 얘기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오는 순무 허수아비를 떠올리게 했다.

 

사실 큰 흐름이 되는 내용은 있지만 난 오히려 그보다,

자연재해 앞에 무너져간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에 눈물이 났다.

"다녀올게, 다녀오세요." 이런 대사들 ㅠㅠ

엄마를 잃었다는 걸 알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어린아이의 마음도.  

"우리 엄마 못 봤어요? 우리 엄마는 간호사고 맛있는 요리를 잘해주고..." 할 때 눈물이...

 

진짜 뜬금없이 산으로 가는 얘기지만,

누군가의 특징이나 장단점을 말할 때 어린아이들은 거침이 없는 것 같다.

가장 순수하고 진심이 담긴 그 말들은 단순해서 더 와닿는다.

 

아기고양이 다이진(일본어로 신, 대신을 의미)도 꽤 슬프고 감동적인 면이 있었다.

 

상업성을 띄지 않을 수는 없으니, 너무 완벽한 개연성이나 현실성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일본 애니메이션 그 특유의 말도 안 되는 요소들 때문에 한 번씩 웃기긴 했지만,

마지막엔 눈물이 흐르는 나를 발견한 영화였다.

 

아, 그리고 엔딩곡 가사가 완전히 주인공들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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