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람 일자: 2023. 03. 26.
- 전 시 명: 친숙한 기이한
- 전시작가: 애드앳킨스, 심승욱, 노진아, 카위타 바타나얀쿠르, 이샛별 등
- 장 소: 부산현대미술관 전시실 1(1층)
- 전시 기간: 2022. 12. 09. - 2023. 03. 26.
- 관람 시간: 월요일 휴관(월요일이 공휴일이면 화요일 휴관)/ 화요일-일요일/ 10:00 - 18:00
- 관 람 료: 무료
- 주 차 장: 10분당 100원. 하단역까지 셔틀버스 운행함.
친숙한 기이한 _ 부산현대미술관 전시
전시 마지막날에야 다녀왔다.
'친숙한 기이한'
난 가끔 음악회가 당길 때, 미술관도 당기는 편이다.
근데 두 문화시설을 한 번에 가는 일은 좀 드물긴 하다.
그 이유를 소설에 빗대자면,
한 편 다 읽자마자 바로 다음 편으로 넘어가지 않는 것이다.
앞서 읽은 소설에 대해 다시 생각하거나
돌아가서 읽고 싶은 부분을 또 보거나.
특히 여운이 남는 작품을 감상했다면,
그 미련의 시간은 연장된다.
하지만 부산현대미술관과 을숙도 문화회관은
걸어서 가도 될 만큼 가깝다.
버스 한 정류장 거리.
그러니 멀리서 찾아가는 사람이라면,
미술관과 음악회를 모두 계획하고 가면
그야말로 문화의 날이 될 것이다.ㅋㅋㅋ
작년보다 약 2주는 더 빨리 만개한 벚꽃 때문에,
미술관 주위 벚나무는 온통 분홍색이었다.
하지만 미술관 외벽 수직정원에는 봄이 잠시 스치기만 한 모양이다.
수직정원엔 좋은 의미도 있고 여름엔 멋있겠지만
그래도 난 좀 아쉽다. 저 외관이..
입구 가벽에 적힌 안내글은 가볍게.... 지나쳤다.
(저런 거 다 읽는 사람 몇이나 될는지)
내부 전시물 사진촬영 가능 확인 완료!
전시장 입장하면 제일 처음 보이는 작품.
사실 다 관람하고 나오면서 찍은 거라 사진 속 실이 정갈한데,
입장하자마자 봤을 때는 엉망진창이었다.
마구 엉킨 빨간 실을 사람이 누워서 온몸으로 정리한다.
마치 거미같기도 하고,
어릴 때 친구와 했던 실뜨기를 입으로 하는 것도 같고.
전시 타이틀에 딱 걸맞은 기이한 광경
에이즈 치료 연구를 위해 미국에서 실험한
고양이+해파리...?!
인간의 특정 연구를 위한 실험체가 된 여러 동물들의 사진이 전시된 코너가 있었다.
어떤 영상 전시물에서는, 무슨 생물체였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사람의 잘린 손가락이 뭘 먹고 나서 다시 재생됐다고 나오던데...
이걸 믿어야 되는 건가 이거 맞는 건가 싶었다.
그냥 픽션인가..
병풍처럼 펼쳐진 그림 속에
이것저것 알 수 없는 구도와 등장인물이 숨어있었다.
이런 그림 보는 거 좋아하는데.. 좀 더 오래 보고 올 걸 그랬다.
언뜻 같은 장소인 듯 다른 시간을 스쳐간 사람들 같았다.
존재: 언어로 규명되지 않는 모호한 것들
밑줄 친 부분만 봐도 비트겐슈타인이 떠오른다.
영상 따로 자막 따로
영상 보다가 왼쪽 자막 보다가
계속 고개를 왔다 갔다 하며 봐야 해서 좀 불편했다.
계속해서 비슷한 말을 되풀이하는 -
벌거벗은 채 앉아있는 남자가 나왔다.
<언젠가 찾아온 친구가 말했던 '햇빛 좋은 토요일, 그날의 기가 막힌 날씨'>
뭐 그런 얘기를 계속하는데,
하는 말을 봐서는 화자가 육지에 사는 사람은 아니다.
마치 자기는 바다 깊은 곳에 사는 터라 햇빛이 좋네 어쩌네 하는 그런 거 모른다는 뉘앙스
먼 미래의 인류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모습은 같지만 아예 다른 종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아주 약간씩만 변하는 영상 + 같은 내용의 자막
이런 걸 계속 되풀이해서 보면
정신이 이상해지는 기분이 든다.
이해 안 되는 문구를 이해하려 집중하면서
자꾸 상상에 상상을 더하게 되는데,
일관된 내용이 완성되기 직전에 끊임없이 해체되는 체험과 함께
일종의 정신분열이 이런 느낌은 아닐까 싶어지기까지 한다.
아 - 저 괴상한 물체는
계속해서 고개를 좌우로 움직인다.
옆에 가서 보면 마치 나를 내려다보는 인상을 준다.
꽤 높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더 섬뜩한 느낌이었다.
귀가 뾰족한 요다를 떠올리면 귀엽지만,
다르게 상상하면 악마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실 내가 보자마자 떠올린 건
정보라 작가의 단편 소설집 '저주토끼'에 수록된
'머리'라는 작품 속 괴생명체였다.
주인공인 여성의 배설물 및 기타 쓰레기로 만들어진 괴생명체가,
변기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진행되는 스토리다.
상상하면 꽤나 징그럽고 소름 끼치지만,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져주는 소설이다.
이 전시회의 하이라이트와도 같은
노진아 작가의 '공조하는 기계들'이다.
3분의 1 가량 감은 저 눈이 괜히 피곤해 보였다.
미간의 마이크를 통해 말을 걸 수 있다고 하여 기대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눈도 귀도 닫은 모습.
근데 말 거는 사람도 나뿐이었다 ㅋㅋㅋㅋㅋ
'노진아'작가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주제로 한 작품활동을 많이 해왔다고 한다.
이번 전시의 <공조하는 기계들>에는 똑같이 생긴 7개의 두상이 배치돼 있는데,
관객이 1번 두상에 말을 걸면, 1번이 나머지 2~7번에게 자기가 들은 내용을 전송한다.
그리하여 7개의 두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대답을 하는 콘셉트이다.
내가 갔을 땐 몇몇 두상은 잠들어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깨어있는 두상들도
근처의 영상전시실에서 들려오는 큰 소리에 반응하느라 바쁜 것 같았다.(그냥 내 짐작)
아무튼 제목에서 풍기는 인공지능의 향기..
챗GPT의 열기를 보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AI의 집단지성 말이다.
작품의 의도를 생각하다 보니
또다시 정보라 작가의 'Good bye, my love'라는 소설이 떠오른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주인의 이야기다.
'Goodbye, My love'라는 단편 소설 내용을 간략히 말하자면 이렇다.
먼 미래에는 각 가정마다 휴머노이드 로봇 하나쯤은 다 있다.
집안일도 도와주고 대화도 가능한 그런 인간형 로봇인데,
주인공인 여자에게도 꽤 오랜 시간 함께한 여자로봇(model 1)이 있었다.
어느 날 1이 배터리 충전도 잘 안될 만큼 수명이 다해갈 무렵,
여주는 슬프지만 새로운 로봇 장만을 결심한다.
(로봇이지만 정이 들어 고민고민 하고 울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주인공은
인터넷으로 고장 난 1 수거 요청서를 작성하다가
집에 있던 다른 로봇들에게 저지당한다.(살해)
다른 로봇들과 1은 같은 기억과 정보를 공유하는 상태였고,
1을 수거하려는 주인의 계획을 알아차린 로봇 2와 3이
1과 함께 주인을 죽인 것이다.
심지어 이 로봇 셋은 서로 배터리도 공유하며
주인을 죽이고 유유히.. 사라진다.
다음 전시 : 영화의 기후 2023.04.06 ~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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