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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문화

[영화] 3000년의 기다림 - 여태까지의 '지니'는 잊어라.

by 단호박캔디 2023. 1. 6.
  • 관람 일자: 2023. 01. 06.
  • 장르: 멜로/로맨스, 판타지, 드라마
  • 주연: 틸다 스윈튼(알리시아), 이드리스 엘바(지니)
  • 국가: 오스트레일리아(호주)
  • 감독: 조지 밀러
  • 러닝타임: 108분/ 15세 관람가
  • 원작: A. S. 바이엇의 <<나이팅게일 눈 속의 정령>>

Three Thousand Years of Longing(2023)

제목에서 풍기는 짙은 로맨스

포스터에서 우러나는 시대극

근데 마냥 행복해보이지 않는 센터의 남녀.

 

이것도 2주 전부터 봐야지 찜해뒀던 영화다.

 

몇 가지 캐릭터를 소화하는지 놀라운 틸다 스윈튼과

이 영화를 통해 알게 된 이드리스 엘바의 몰입감 넘치는 연기력.

화려한 색감과 분위기에 따른 채도의 변화,

ost도 단단히 한몫하는 영화였다.

 

영화 한 편이지만

5가지 이야기를 천일야화 버전으로 보는 기분이 들 정도로,

영화 전체가 꽉 찬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다 보고 나서 여운이 남아 좀 멍해졌다.

상대를 구속하지 않는 어른의 사랑.

 

 

영화 보고 와서 예고편을 봤는데, 예고편도 상당히 잘 만든 것 같다.

충분히 흥미롭지만, 원 내용을 가늠할 수 없게 꼬여있다.

 

 

'3000년의 기다림' 메인 예고편

네이버 영화 예고편 저장소

tv.naver.com

 

 

여기부터 줄거리 스포!

 

자꾸 헛 게 보이는 서사학자

 

첨단문명 시대를 살아가는 알리시아, 그녀의 직업은 서사학자(이야기 연구)다.

이 과학만능주의 사회에서 신화는 고루한 옛 흔적일 뿐임을 어필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꾸 귀신인지 악령인지 모를 것들이 눈에 보이고,

급기야 출장 간 이스탄불의 강연회에서 기절한다.

귀신 보고 기절..(흡사 영화 '미이라' 속에 나오는 거대한 모래 형상의 악령같이 생김)

 

악령인지 뭔지 너무 스산하게 잘 연출해서

순간 이거 공포영화인가 했다. 소름..

 

욕구가 없는 여자와 지니의 만남

기절했어도 기념품은 못 참지.

강연회 마치고 구경 간 골동품점에서,

직감적으로 뭔가 사연 있어 보이는 거 딱 집어든다.

 

직원도 진품은 아닐 거 같다고 하고,  옆에선 더 좋은 거 사준다는데도 안 듣는다. 

진품 아니어도 Go! ^^

 

그리고 귀가 후 샤워를 마치고,

꼬질꼬질한 유리병을 전동칫솔로 빡빡 씻다가 뚜껑이 떨어져 나간다.

이렇게 만난 지니는 엄근진하게 말한다. 소원을 말하라고.

 

뭐래, 나 쉽지 않은 무욕녀야.

 

알리시아는 직업도 있고 자유롭고 모든 것에 만족하는 삶을 유지 중이다.

어릴 적부터 연애해서 만난 남편과 이혼했지만, 오히려 좋아.

그리고, 소원 비는 거 치고 뒤끝 좋은 거 못 봤다며 자꾸 지니를 의심한다.

 

3천 년을 참고 기다린 끝에 겨우 나왔는데,

이 여자가 소원이 없다고 우기니 지니둥절ㅜㅜ

(소원 3개를 들어줘야 정령의 왕국(천국쯤)으로 갈 수 있다구)

 

다들 갈망하는 것 하나쯤은 있다.

 

오늘의 사연남은... 3000년 동안 병에 갇혀있던 지니 씨입니다.

 

진실된 소원을 빌지 못하는 알리시아의 요구에, 지니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알고 보니 이 남자, 알라딘 친구로 나오는 지니랑은 결이 다르다.

사랑꾼 기질에 실수 투성인 탓에 3000년을 병에 갇혀 지냈으며,

세상 그렇게 만만치 않다는 걸 다 겪은 진중한 정령.

 

첫사랑은 시바의 여왕.

시바의 여왕 애인이나 마찬가지였던 지니는,

어느 날 여왕을 찾아온 솔로몬에게 애인을 뺏기고 만다.

 

애초에 여왕은 풀지 못할 질문을 던지고 솔로몬을 내쫓으려 했지만,

정령들의 도움을 받아 퀘스트를 완료한 솔로몬이 여왕을 차지해 버린 것.

 

시바여왕과 솔로몬의 첫날밤을 숨죽여 지켜보다 절망하는 지니는

솔로몬의 손짓 한 번에 병에 갇힌 채 밖으로 내던져지고,

그렇게 사랑했던 시바는 지니를 구해주지 않는다..

 

유리병 탈출 계획은 자꾸 실패

병에서 나올 수 있는 기회는 이후로 몇 번 있었지만, 다 실패한다.

탐욕에 찌들고, 정체성을 잃고, 신뢰가 없는 그런 인간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두 번째 사랑은 똑똑한 인간

 

르피르(이름은 정확하지 않다)는 

지니가 정말 많이 사랑했던 여자였다.

 

지식에 대한 탐욕이 하늘을 찔렀던 그녀.

지니는 그녀에게 모든 걸 가르치며 사랑에 빠지고 만다.

어느 정도로 사랑했느냐 - 

 

마지막 세 번째 소원을 빌지 못하게 막을 정도였다.

평생 함께하고 싶은 여인이니까.

 

하지만 그것에 분통을 터뜨리는 여자는,

화 가라앉히려고 지니가 병으로 자진해서 들어간 순간

"널 알게 된 걸 다 잊어버리고 싶어!!!!!!!!!!!"라고 소리치고,

그렇게 소원수리가 돼버린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거친 뒤 만난 게 바로 너, 알리시아.

당신에게도 마음속 깊이 갈망하는 건 분명 있을 거라고.

소원을 빌어 이 여자야.

 

당신의 마지막 사랑은 나 

지니의 3000년 썰을 다 들은 알리시아,

드디어 소원이 생겼다.

 

날 사랑해 줘. 시바의 여왕을 사랑했던 것처럼, 르피르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사랑받고 싶은 그녀.

소원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지니와 함께 돌아온 그녀의 터전(런던)은 

지니에게 독이었다.

 

전자기장을 느끼는 지니에게 런던은 소음 가득한 곳이었고,

지하실에서 고통을 감내하며 숨죽여 지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알리시아는 말한다.

나로 인해 정령의 능력을 잃지 않고,

고통받지 않고 지낼 수 있는 곳으로 돌아가서 지내라고.

 

지니는 가끔 그녀 앞에 나타나,

여느 연인들처럼 손을 잡고 걷는다.

 

이제 찾아오지 말라는 그녀에게,

지니는 그녀가 죽기 전에 꼭 돌아오겠다고 말한다.

 

 

3000년의 기다림에 쿠키영상은 없다.

하지만 음악이 신비롭고 좋아서, 엔딩 크레딧이 끝나도록 다 듣고 나왔다.

 

지니가 영국에선 적응을 못한다는 게 좀 뜬금없다는 것만 빼면 다 좋은 영화

여운이 남아서 멍했다.

영화관을 나와서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대형 스크린으로 보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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