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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문화

[영화] 메모리아 - 소리로 보는 영화. 졸아버렸다..

by 단호박캔디 2022. 12. 30.
  • 관람 일자: 2022. 12. 29.
  • 장르: 드라마
  • 주연: 틸다 스윈튼
  • 국가: 콜롬비아, 타이, 멕시코, 프랑스, 독일, 카타르
  • 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꾼(Apichatpong Weerasethakul)
  • 러닝타임: 136분/ 12세 관람가

Memoria (2022)

개봉 일주일 전부터 기다린 영화 '메모리아'

포스터와 네이버 소개글을 보자마자 '아 미스터리 예술영화...?'

예고편까지 보니 더 흥미로웠다. 무려 17년 동안 준비했다는 영화..

포스터가 그냥 예술

팝콘 빌런 입장 금지

 

나까지 포함해서 네 명 정도 관람했던 것 같다.

보통 롯데시네마 아르떼관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대부분 관람객이 극소수다.

'오히려 좋아'

거기서 영화를 보는 나의 만족감은 극대화된다.

오늘처럼 팝콘빌런만 없다면 말이지.

 

이 영화는 소리로 보는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데 상영 10분쯤 지나서,

저 뒤에 있던 관람객 한 명이 내 옆 라인으로 왔다.

그리고 그녀는 팝콘을 먹기 시작했다.

바그작 바그작 아그삭 아그삭 -

가까이서 들리는 그 팝콘 소리가,

계속해서 뭔가를 갉아먹는 쥐새끼의 턱을 연상케 했다..

 

다른 영화였다면 별 대수롭지 않았을 텐데,

이 영화는 워낙에 소리에 집중되는 영화라 거슬렸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

가방을 올려둔 내 옆좌석에는

그녀가 튀긴 팝콘 한알이 날아와있었다.

팝콘으로 저글링 하셨나 봐요?ㅎㅎ

 

빗소리와 함께 쏟아지는 졸음

이 영화를 볼 거라면, 반드시 숙면을 취한 뒤 보는 걸 추천한다.

오늘 평소보다 적게 자고 일어났는데 솔직히 어찌나 졸리던지.

아바타 2편 볼 때도 적게 자고 갔지만, 졸진 않았다.....

 

시종일관 좀 어두침침하고, 비가 자주 내리는 그런 영화다.

고요하게 멈춰있는 장면도 많아서, 

쉽게 지루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보기 힘들 것이다.

 

 

졸면서 본 내용

어이없지만,

나도 그 굉음에 깨기를 반복하면서 영화를 봤다.

이게 꿈인지 꿈이 현실인지 헷갈릴 정도로,

자주 졸았다.

극 중 주인공인 제시카는,

이른 아침, '둥 - ' 하는 굉음에 잠에서 깬다. 

옆집에서 공사를 하겠거니 했지만 아니었고, 

이 소리는 그녀에게만 들렸다.

 

이 소리는 점점 자주 들리기 시작하는데,

처음엔 놀랍고 당황스러웠으나

적응한 뒤에는 오히려 그 소리를 원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 소리가 대체 어떤 소리인지 알아내려는 제시카.

사운드 엔지니어의 도움을 받아 

그 소리와 가장 흡사한 소리를 만들어도 본다.

 

그와 어느 정도 친분이 쌓이는데,

나중에 찾아갔을 때 그런 사람은 없다는 말을 들을 뿐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이 남자 이름이 '에르난'이었는데.. 나중에 만나는 남자 이름도 '에르난'이었다.

졸면서 봐서 확실치가 않네.)

 

소리의 근원을 찾고자 하는 제시카.

병원에서는 경추베개를 쓰라는 말을 듣고, 정신건강에 대해 의심받기도 한다.

가방에 어렵게 처방받은 약(신경안정제)을 넣어 다니며, 

어딜 가나 그 소리에 대해 생각하는 그녀.

 

중간중간 영화는 멈춘 듯 같은 장면을 유지한 채,

가만히 소리만을 들려준다.

 

빗소리라든가

바람 같은 

자연의 소리.

 

 지구 저 깊숙한 곳에서 나는 것만 같은

그 묵직하고도 짧은 울림을 찾아다니는 제시카는

숲 속을 떠나지 않는 '에르난'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와 얘기를 나눈다.

 

처음 만난 그에게,

실은 자꾸 어떤 소리가 들린다고 털어놓는 제시카.

꿈같은 건 꾸지 않는다는 그에게, 보여달라고 말한다.

(번역의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저 대사를 보고 좀 당황했다.)

 

아무튼 또 시키는 대로 하는 에르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잔디 위에 냅다 누워서 눈을 감는다.

(소년소녀감성)

가만히 지켜보던 제시카는,

그 옆에 조용히 앉아서 그가 진짜 잠든 건지 얼굴 위로 손을 휘젓는다.

 

에르난이 잠드는 장면에서 또 한참을 장면 전환이 없는데,

나도 그때 졸았다......

이쯤 되면 수면 체험 영화 아닌지ㅠㅠ

 

에르난이 깨어난 뒤,

둘은 그의 집으로 가서 같이 수제 술이나 한잔 한다.

 

겁도 없이 들른 그 집에서, 제시카는 자신의 기억인 양 과거를 기억해 낸다.

하지만 사실 이건 제시카의 기억이 아닌, 에르난의 기억이었다.

 

그는 기원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세월 살아온 존재였고,

자신을 일종의 기억 저장장치라고 말한다.

 

제시카가 들은 그 굉음도,

사실은 에르난의 기억 속에 있는 소리였던 것이다.

 

그 굉음이 뭐냐 -

우주선 출발하는 소리다.........

졸다가 그 우주선 장면 보고 눈 동그래졌다.ㅋㅋㅋㅋ

우주선이 지면에서 뜨기 전 엔진 시동 거는 소리부터,

가만히 공중 부양하더니 출발하면서 내는 굉음까지.

전부 제시카가 매일 들은 그 소리와 같은 소리였다.

 

뭔가 태초의 신비를 귀로 전수받은 듯한 제시카였다..

 

엔딩 크레딧 내내 빗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영화에는 그 어떤 노래도 나오지 않았다.

오로지 그냥 단편적인 소리만 존재할 뿐.

 

영화관이 가만 보면 진짜 불면증 고치기엔 최적의 환경이다.

완벽한 방음과 어둠, 고퀄리티의 사운드 재생까지.

주중에 손님도 없는데, 수면실로 운영하면 어떨지?

귀호강하며 1시간 딥슬립 가능할 것 같다.

 

하도 자주 졸아서 꿈꾸듯이 보고 왔는데,

어쩌면 제대로 체험한 거 아닐까?

 

상관없는 노래지만, 주절주절 쓰다 보니

넬의 '기억을 걷는 시간'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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