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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문화

[영화] 바빌론 - 영화산업의 화려한 그림자

by 단호박캔디 2023. 2. 15.
  • 관람 일자: 2023. 02. 08.
  • 장르: 드라마
  • 주연: 마고 로비(넬리 라 로이), 브래드 피트(잭 콘래드), 디에고 칼바(매니 토레스)
  • 국가: 미국
  • 감독: 데이미언 셔젤
  • 러닝타임: 189분/청소년 관람불가

Babylon(2023)

화려한 제목, 화려한 포스터, 화려한 예고편

심지어 네이버 소개 글은 이렇다.

황홀하면서도 위태로운 고대 도시, '바빌론'에 비유되던 할리우드.
'꿈' 하나만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이를 쟁취하기 위해 벌이는 강렬하면서도 매혹적인 이야기

그래서 난 생각했다.

가난한 청춘들이 모여 꿈을 이루는 과정을 보여주는

열정적인 이야기!?

 

한 편으로는 맞고, 한 편으로는 아니었다.

이 영화가 시사하는 건 여러 가지다.

한 가지 주제에 더 집중됐다면 더 좋았을 것 같기도 하다.

'바빌론' 메인 예고편 (naver.com)

 

'바빌론' 메인 예고편

네이버 영화 예고편 저장소

tv.naver.com

 

그리고 러닝타임 확인 안 하고 간 게 좀 후회됐다 ㅎㅎ

내가 느끼기엔 과하게 길다.

굳이? 이렇게까지? 싶은 장면들이 잦았다.

 

여기부터 줄거리 스포!

연회장에서 일하는 가난한 청년 '매니'와

영화배우가 되고 싶은 촌뜨기 '넬리'.

 

초대장 없이 경비아저씨랑 싸우고 있던  넬리는,

매니의 도움을 받아 파티에 입장한다.

 

첫 등장부터 사기치고 욕하고 약까지 하는 제멋대로인 넬리.

넬리는 스타가 되고 싶어 했고,

매니는 이렇게 잡일이나 하느니

영원히 남을 의미 있는 일(영화)을 하고 싶어 했다.

 

놀기는 또 얼마나 잘 노는지,

매니는 단숨에 제집처럼 파티를 휩쓸고 다니는 넬리에게 반해버린다.

 

한 편 이 무법천지 음탕 소굴 파티장에서,

내일 찍을 영화에 출연할 예정인 미성년자 소녀가 사망한다.

(이 소녀의 사망을 들키지 않고 처리하기 위해, 파티의 마지막을 장식할 예정이던 코끼리를 투입한다.

이때 문란하게 노는 인간들의 모습을 비춰주는데 정말 난장판이다...)

 

그래서 잘 놀고 있던 넬리가 대타로 발탁된다. 될놈될.

(너무 길어서 지루한 파티 장면 드디어 끝)

 

다음날, 매니는 술에 떡이 된 대배우(잭 콘래드 - 브래드피트)의 대리기사를 뛰었다가 눈에 들게 되고,

덕분에 매니저 스탭 비슷하게 영화 일에 발을 들인다.

 

 

넬리는 눈물연기로 각광받으며 단숨에 스타가 되고,

매니도 능력 있는 영화 기획 연출가로  성장한다.

 

그리고 이 시기 영화산업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단계를 밟는다.

(배우 대사 및 음악 소리 삽입 시작)

 

그에 따라 더 높은 수준의 연기와 연출력이 요구되고,

넬리는 목소리가 아름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천대받게 된다.

 

잘 나가던 배우 잭은 더 이상 인기 정상에 서있지 못했고,

자신을 폄하하는 잡지에 화가 나 평론가를 찾아간다.

 

화가 나서 따지는 잭에게, 평론가는 담담하게 말한다.

 

당신의 시대는 끝났을 뿐이라고, 이유는 없다고.

하지만 영화를 재생시키면 당신은 언제고 되살아난다고.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을 다시 한번 체감한 시간.

잭은 세상의 변화를 인정하고, 곧 스스로 삶을 마무리한다.

 

이때부터 영화 예술인들의 슬픈 이면이 나온다.

 

유성영화 시대에 스타가 된 흑인 음악가.

카메라는 그에게 조명에 날아간 피부빛을 검게 물들이라고 강요한다.

검은색으로 얼굴을 더 까맣게 칠하고 연주해야만 하는 그는, 광대처럼 보인다.

 

지하에 가둬둔 괴인을 영화 소재로 하라는 사채업자.

영화 후반부에 이르러,

넬리는 도박과 마약에 빠져 전재산을 탕진하고, 빚만 떠안은 채 매니를 찾아간다.

 

"늘 내 마음을 짓밟기만 하는 너(넬리)!!!! ㅠㅠ"


하지만 매니도 돈을 구하지 못하게 된다.

 

매니는 자포자기한 넬리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함께 멕시코로 도망가자고 설득한다.

하지만 야반도주 중에 넬리는 사라져 버린다...

 

세월이 흐르고 가족과 다시 찾은 할리우드에서,

매니는 오랜만에 영화를 관람하며 눈물을 흘린다.

 

흑백 무성영화부터 초감각적인 아바타에 이르기까지,

영화산업의 발전상을 짧고 빠르게 보여주는 장면에서

전반적인 이 영화의 모든 장면이 화려한 그림자처럼 느껴졌다.

화려한 영화 한 편을 만들기까지의 고된 시간과 노력,

이면에 존재하는 타락하고 부패한 욕망.

누군가는 부당함에 울분을 삼키고, 누군가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다.

이런 시사점이 영화의 제목을 '바빌론'으로 정한 이유를 짐작케 했다.

 

최전성기의 호화로움 뒤에 숨겨진 음지가 극명했던 바빌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계속된다. 꿈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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