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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문화

[영화] 아바타 2: 물의 길 - 아쿠아리움에 세시간 반 누워있기

by 단호박캔디 2022. 12. 17.
  • 관람 일자: 2022. 12. 16.
  • 장르: 액션, 모험, SF 
  • 주연: 조 샐다나(네이티리), 샘 워싱턴(제이크 설리), 스티븐 랭(쿼리치), 브리튼 달튼(로아크), 시고니 위버(키리),       케이트 윈슬렛(로날)
  • 감독: 제임스 카메론
  • 러닝타임: 192분/ 12세 관람가

Avatar: The Way of Water(2022)

아바타 2편을 보고 왔다.

 

사실 1편을 본 적이 없다.

이유는 그냥 안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바타 1편이 나왔을 때, 온 세상이 나만 빼고 아바타 이야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학교에서도 아바타 얘기가 나오면 소외감마저 들 정도였으니, 그 인기는 실로 상당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다들 아바타 얘기는 하는데 그 내용이라든가 뭐 심도 있는 말들은 없었다.

그래서 난 여태까지 전혀 어떤 내용인지 모르고 살아왔다. TV에서 상영되는 것만도 몇십 번.

볼 기회는 많았지만 TV를 틀었을 때 꼭 한창 진행 중인 느낌이라 '중간부터 보느니 안 보고 말지'하는 심정으로 채널을 돌려버렸었다.

그리고 역시 같은 이유로 2편을 보고 왔다. 아무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그냥 보고 싶었다.

 

이게 영화관 맞아?

 

3D를 좋아하지 않는다. 4D는 더더욱.

 

내 인생에 3D 영화는 세 번이었던가. 그중 한 편은 디즈니였나 무슨 애니메이션이었다.

중요한 건 3D 보고 만족한 적이 없다는 거다.

 

착용해야 하는 3D 안경이 너무나 불편했다. 한 30분 지나면 눈도 귓바퀴도 아픈 거다. 어지럽고.

그래서 유감스럽지만 난 3D 영화를 보다가 한 10분은 그냥 안경을 빼버린다. 그러다 후반에 가면 포기하는 지경.

근데 또 신기하게 나랑 같이 보는 사람도 그런 얘기를 했었다.

3D로 보면, 안경을 착용하든 안 하든 어지럽다.ㅋㅋㅋㅋ 이래도 저래도 어지러워..

 

롯데월드에 있는 무슨 4D 체험관인가 그것도 내 눈에는 그냥 어색했으니 이쯤 되면 내가 입체영상 알러지?

 

어쨌든 사정이 그렇다 보니, 이번에도 난 2D로 관람했다.

2D로 보는데도 '와 이게 영화관 맞아? 아쿠아리움 아니야?' 이런 생각이 들었다.

 

블랙 팬서에서 본 수중도시가 인어공주의 에리얼 세상 같다면,

아바타에서 본 나비족의 바다는 진짜 무슨 아쿠아리움에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스케일이 다른 해저탐험.

오랜만에 시드니 아쿠아리움의 해저터널이 떠올랐다.

 

나비족이 이렇게 아름답게 생겼구나

영화를 보면서 내가 왜 아바타 1편을 안 봤는지 어렴풋이 떠올랐다.

아바타의 생김새가 싫어서. 그냥 광고에 나오는 파란색 인간도 아닌 것 같은 무언가가 이질적이었던 거다.

그땐 그게 아바타인지 나비족인지도 몰랐다. 오늘 영화를 보고서야 알았다.

아바타는 아바타고 나비족은 나비족이구나.

 

나비족이 처음 등장했을 때 든 생각은,

와- 예쁘다- 이렇게 아름답게 생긴 줄 몰랐네. 진작 볼걸 그랬다.

외모지상주의..?

나비족의 피부는 푸른색인데, 거기다 별가루 뿌린 것처럼 자체발광까지 한다. 

다들 자연 속에서 액티브하게 살아서 그런가

굉장히 날씬하고 팔다리는 길며 꼬리가 있는데, 그마저도 내 눈에는 우스꽝스럽지 않았다.

게다가 자연과 교감하는 능력까지 있어. 

나중에 인간이 등장해서 비교해보니 나비족은 키도 엄청 컸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키가 4m는 족히 되는 설정이던데.

인간에 비해 너무 우월한 신체조건이잖아. 물론 키가 커야 꼭 우월한 건 아니지만. 

 

한창 그들의 맹수 같은 눈동자에 빠져있다가 정신을 차린 건, 숲의 나비족이 바다의 나비족과 조우하는 장면이었다.

부족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집을 찾아 떠나온 주인공들에게,

묘하게 초록빛을 띠는 피부의 메카이나족은 이렇게 말한다.

 

팔은 약해서 힘이 없어 보이고 꼬리도 볼품없으며 악마의 피(인간 혼혈)까지 흐른다. 

 

나비족도 인종 차별하는 건가? 생긴 걸로 평가하고 너무하네..

나비족이 아닌 그저 인간인 내가 보기엔 두 종족 다 너무 아름다운데.

그냥 살아온 환경에 따른 신체 발달 차이일 뿐인데.

(물론 영화 속 주인공 가족들은 특별히 위험한 존재니 경계하는 것도 당연하다.)

어쩌면 인간들도 누군가가 보면 그렇게 생각하겠지.

모두가 너무나도 아름다운데 서로 저울질하며 생채기를 낸다고 말이다.

 

이방인에 대한 조심성은 나비족도 인간과 마찬가지였다. 

그런 부분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에게 투영된 인간적인 면과 비슷하다.

외계 생명체에 대한 인간의 상상 말이다. 

 

 

각종 생명체 구경하는 재미

나비 학꽁치

 

영상미도 뛰어난데, 각종 신기한 생명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특히 메카이나족이 전투에 타고 다니는 저... 이름이 기억 안 나는데 아무튼,

날개 달린 학꽁치 같아서 웃겼다 ㅋㅋㅋㅋㅋㅋㅋ ㅠㅠ

날개가 있으니 날치랑 더 비슷............ 해야 하지만 아니야 꽁치 같아.

 

보고도 믿기지 않는 배우와 캐릭터

등장인물들이 다 너무 예뻐서 찾아보다가 놀라게 된 사실이 있다.

 

극 중 10대의 어린 소녀로 나오는 '키리'.그녀를 연기한 배우가 70대의 시노나 위버라는 것이다. 

목소리며 표정이며 정말 온순한 10대 느낌인데 그런 연기가 가능하다니.

 

로날(메카이나 족장 부인이자 강인한 여전사)을 연기한 배우는 케이트 윈슬렛이었다.

전혀 정말 저언혀 상상도 못 했다.

극 중 네이티리가 아이와 함께 물에 잠기는 배 안을 헤매고 다니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타이타닉이 떠올랐었지만 케이트 윈슬렛이 출연했을 줄이야.

굳이 꼭 배로 도망쳐야 했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긴 했었다. 

바다에 유출된 기름으로 불이 나도 수영 잘하니까 그냥 바닷속으로 헤엄쳐서 빠져나가면 될 텐데...

 

제임스 메카론 감독을 생각하면 퍼즐이 다 끼워 맞춰지는구나.

 

무난한 스토리 전개

저 살겠다고 남의 행성 침략하고 복수전 하러 오는 인간과 토착민들의 싸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부모의 모습

의욕은 앞서는데 세상 외톨이 같은 차기 주인공(3편의 주인공이지 않을까 싶은 로아크)

나대지 말라고 말려도 안 통하는 동생 덕에 결국 같이 쏘다니다 죽는 형...... 굳이 죽여야 했나 맏이를..?ㅠㅠ

내용은 그냥 무난했다.

 

중간중간 신박한 내용이 나올 땐 소름 끼치기도 했다.

극중 고래랑 비슷한 개념의 툴쿤. 입 벌리면 괴물같다.

우리나라 영화 '괴물'같이 생긴 고래 비슷한 툴쿤. 

 

툴쿤의 뇌 척수액 같은 게 인간 노화 방지제라며 추출하는 인간의 모습은 정말 지독해보였고,

난 처음 봐서 새로웠던 '아바타'의 설정은 왠지 인류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서 섬뜩했다.

 

 

앞으로 아바타를 TV에서 방영해주면 꼭 볼 것 같다.

1편이든 2편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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