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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문화

[전시회] 노래하는 땅 - 무료전시 부산현대미술관 ~2024.02.18

by 단호박캔디 2023. 10. 17.
  • 관람일자 : 2023.10.12. 목

노래하는 땅 Singing Mother Earth

문득 현대미술 관람하고 싶어서 방문한 부산현대미술관

지하 1층에서 전시 중인 '노래하는 땅'을 보고 왔다.

(시간이 부족해서 2층 전시는 대충 훑어보고 왔지만, 2층 전시도 좋음)

 

양쪽정렬하고싶다..

 

노래하는 땅 

우리는 보통 '언어'라고 하면 인간의 관념화된 언어체계를 떠올리지만,

이 전시에서 '노래'란 인간을 비롯한 모든 자연에서의 언어를 말한다.

 

그래서인지 '노래하는 땅'은 바람, 물, 빛, 소리 등

다양한 형태의 언어를 체험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내게는 이성을 배제한 채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관찰하는 전시였다.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 - 한눈에 봐도 자연물을 묘사한 것 같다.

바닥에 둥글게 늘어선 모형들은 해양생물, 미생물, 세포 등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 위에 거미줄처럼 늘어져 있는 것들은 신경- 이를테면 뉴런이나 시냅스가 되어 

땅 위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들을 이어주는 언어처럼 보였다.

 

물론 전시 책자도 읽지 않았고 작가의 의도가 뭔지도 잘 모르는 내 생각일 뿐이다.

사실 현대미술에서만큼은 뭔가.. 그냥 내가 감상하는 대로 이해하고 싶다.

 

보자마자 부산현대미술관 외벽을 떠올렸다 ㅋㅋ

가을이 되자 황량하고 볼품없이 변하는 부산현대미술관 수직정원.

하지만 작품의 제목은 시간의 흔적이었나?

확실히 단정 짓는 뭔가를 접하면 바로 다르게 보였다.

시간의 흔적? 그럼 지층이라고 봐야 할까.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벌레들의 모습

바람 부는 초원을 떠올리게 하는 장막

이것들도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노래하겠지.

 

전기 송출탑

전기를 끊임없이 송출하는 타워 사진을 들여다보는데

전자파 소리 같은 게 들려서 위를 올려다보니 소리의 근원지가 보였다.

인간이 감지할 수 없을 정도의 미세한 전류와 파장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이렇게 쭉 이어 붙인 사진의 모서리를 보는 순간, 한쪽 벽에 붙어 서서 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수평선과 지평선이 이어지는 모습은 모든 걸 하나로 느끼게 한다.

 

원주민, 토착민, 소수민족, 인디언

사라져 가는 원주민들의 언어를 모아놓은 코너도 있었다.

내가 별생각 없이 한국어를 내뱉고, 전 인류가 영어를 배우고 영어로 여행할 때,

어딘가의 부족은 말을 잃어가고 있다.

난 별생각 없이 하루를 지낼 뿐이지만,

누군가의 사그라드는 언어를 연구하고 보존하는 학자들도 있다.

 

가끔 비영리단체를 보면 신기하다.

금전적 이익 없이 어떤 가치를 추구한다는 게 존경스럽다.

 

 

멍때리기 진짜 좋은 상영코너

말없이 하늘이 저물고 밤이 사그라드는 영상을 보고 나왔다.

가만히 앉아서 밝은 하늘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찌 보면 전시와는 무관한 내 하루하루를 생각하게 됐다.

 

이렇게 멍 때리는 게 너무 평화롭다.

또 멍 때리러, 저 영상 보러 가고 싶다.

 

세 화면 속 사람들이 만나는 장면에 이르러서야

같은 작품이라는 걸 확신하게 됐던 영화

무슨 말인지도 전혀 못 알아들었고

자막도 없었다.

 

보는 내내

정강이까지는 답답했고

가슴팍까지는 궁금했고

머리로는 연출 구도에 감탄했다.

 

 

 

미술관에 가면

평소에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던 걸 보게 되고

관심도 없던 세상을 생각하게 된다.

물론 멍 때리는 시간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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