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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여행/해외여행

[베트남] 2023 혼자 하노이 - 쌀국수 맛집 Pho Ly Quoc Su

by 단호박캔디 2023. 6. 5.
  • 여행일자 : 2023. 05. 19. 금. ~ 2023. 05. 22. 화.(3박 5일)

백종원 맛집 포기다.

 


하노이 2일 차 아침이 밝았다.
솔직히 계속 침대에 누워있고 싶었다. 날씨가 더워서 나가기가 좀 두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12시에 체크아웃하고 호안끼엠 호수 윗동네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얼른 이 아랫동네 맛집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목표는 백종원 아저씨가 먹어서 유명하다는 길거리 음식이었다. 이름이 XOI 뭐였나.. 아무튼 가는 길에 TP뱅크에 들러 트래블월렛 카드로 현금도 2백만 동 정도 인출하고, 약국에서 기념품도 좀 샀다. 그렇게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사이, 기온은 쭉쭉 올라가고 있었고 땀도 뻘뻘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음식점은 벌써 영업을 종료한건지 보이지 않았다. 재료 소진되면 일찍 닫는다던데, 이미 파한건지 아니면 재료 소진돼서 음료만 파는 건지. 내 눈에는 길가에 앉아 커피 마시는 아저씨들만 보일 뿐이었다.

 

동남아는 나무가 울창해서 예쁘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봐둔 유명한 쌀국수집에 가려고 했다. 하지만 5분 정도 더 걷고 나서 포기하게 된다.
이렇게 시원시원하게 뻗은 초록이 싱그러운 거리지만 현기증이 나는건 어쩔 수 없었다. 햇빛 차단용으로 내가 입고 있던 얇은 셔츠는 목부분이 다 젖었고, 손목에 매고 다닌 손수건도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아 축축했다.

한눈에 봐도 나처럼 혼자 여행중인 어떤 서양인은 커다란 생수병을 손에 덜렁덜렁 들고 있었는데, 그게 딱 이해가 되는 시점이었다. 나도 생수병 하나 득템하고 싶다!! 하지만 내 주변에 편의점은 없었고, 이렇다 할 음식점도 없었다.

하노이에서 편의점 찾는건 생각보다 어렵다. 우리나라처럼 흔하지 않아.

 

하노이 최애 쌀국수집 포 리꿕수

 유명 맛집 하나쯤은 가볼 거라 다짐했던 나는,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가게를 지나치다 결국 돌아섰다.
'유명 맛집이고 나발이고.. 깨끗하고 음식 팔면 됐지.'

근데, 진짜 그냥 힘들어서 들어간 건데, 아................ 또 맛집 당첨이쥬? ㅎㅎㅎㅎㅎㅎ

정갈한 테이블 세팅. 얼음 동동 띄운 차와 테이블 매트용 종이까지 깔아준다...감동.

식당 내부에는 손님이 하나도 없었지만 난 들어서자마자 확신했다.
여기는 맛집이야! 그럴 수밖에 없고, 또 그래야만 해!

일단 너무나 청결했다. 한국식당에 온 것만 같은 이 느낌. 유리 상판이 깔린 테이블들은 반짝반짝 광이 나고, 파리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홀 담당 직원들만 한눈에 봐도 4명 정도는 되고, 어쩐지 수줍어 보였지만 분명 친절하게 나를 반겨주었다.
근데 주문을 받는 아르바이트생이 영어를 못하는 것 같아서 메뉴판을 가리키려는 찰나, 사장님 포스의 아저씨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뜻밖의 한국어가 술술 나온다.

"쌀국수 드실 거예요?"
뜨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순간 당황해서 말이 안 나왔다.
- 네?!
"쌀국수 먹고 싶어요?"
- 아, 네네!
"어떤 거 좋아요? 소고기? 양고기?"
- 소고기요!!
"빵도 줄까요?"
- 빵요..?
"쌀국수 국물에 찍어서 먹는 거예요."
- 아아~ 네, 주세요!

이후로도 사장님은 차를 마실건지 물어보고, 차가운 걸 원하는 내게 얼음을 넣어 주겠다고 말했다.

이 산뜻한 매장은 오픈형 주방을 갖추고 있고, 주방 직원들은 하얀색 조리복을 입고 있었다.
문은 열려있었지만 에어컨도 나오고 있었고 그제야 나는 정말 살 것 같았다.

주황색 종이는 젓가락 포장지.

머지않아 나온 나의 쌀국수!!!!!!!!!!
아.. 딱 봐도 너무 맛있어 보였다... 그리고 그건 진짜였다.
이렇게 더위에 지칠 대로 지친 내가, 저 뜨거운 쌀국수 국물을 한 입 하는 순간 

...?! 와.... 이건 비룡 아니냐고 ㅠ ㅠ 
더울 때 뜨거운 음식 먹는 거 그다지 안 좋아하는데, 이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물론 내가 당시 지쳐서 더 맛있었을 수도 있는데, 그랬거나 말았거나 너무 맛있었다.

진한 육수와 야채, 그리고 상큼한 라임의 조화
대 투더 박 투더 뱅뱅
아..... 저거 때문에 다시 가고 싶다.....

내가 볼에 국물 다 튀기고 묻히면서 한창 먹고 있을 때,
직원들이 밖에 있던 커다란 선풍기까지 홀로 들여서 나한테 바람까지 쐬게 해 줬다.
흑...ㅠㅠㅠㅠ 감동............... 지금 생각하니, 하노이 여행에서 저 때가 제일 행복했다. 

저기 또 가고 싶다.....

나중에 계산할 때 사장 아저씨랑 이야기했는데,
한국에서 몇 년 일하셨다고 했다. 부산 해운대 송정 다대포도 다 가봤다고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그렇지.. 외국인들은 어떻게 한국어를 그렇게 빨리 원어민처럼 구사하는 거지?!!!
난 베트남어 글자도 못쓸 거 같은데.. 존경스럽다.

 

이다음날 포텐도 갔었는데, 난 여기가 훨씬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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