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기차역 앞에서 86번 버스 타고 공항으로
하노이 여행 마지막날, 노이바이 공항에서 시티로 올 때처럼 86번 버스를 탔다.
TUNG'S KITCHEN에서 밥먹고 나니 마음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하노이 기차역에서 86번 공항버스(막차)를 탑승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막차 시간을 착각해서 진땀 뺀 거였다. 바보..
일단 호스텔에서 호다닥 캐리어를 수령했다.
리틀참하노이 호스텔에는 저울이 있어서, 내 캐리어 무게를 재보니 8kg였다.
8kg면 기내 캐리어 무게 한도인 7kg에서 1kg 초과하는 셈이다.
급히 무게 나가는 것들을 힙색으로 옮겨서 7kg을 맞췄다.
짐을 챙겨 나가면서 그랩바이크를 불렀다.
난 8시가 막차인 줄 알고 너무 조마조마했는데, 딱 8시 2분 전에 하노이 기차역에 내렸다.
버스 타야한다는데 트럭 얘기하는 그랩기사
나는 86번 버스정류장을 기차역 맞은편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랩 기사한테 저 맞은편까지만 좀 더 태워주면 안 되냐고 했는데 영어가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감사인사를 하고 미친듯이 캐리어를 끌고 달리기 시작했더니,
기사님이 나한테 다시 와서 어디가냐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버스타러 간다고 말했다.
86번 공항버스를 타야 한다고 계속 얘기했다.
'버스'라는 단어도 못알아듣는 그랩기사님에게 당황하고 말았다.
사실 공항버스 놓쳤으면 그냥 택시를 타고 가도 되는 건데, 난 왜 그리 안절부절못했던 건지.
그랩기사님이 휴대폰을 내게 내밀어서 봤더니,
'트럭 탄다고?'
- 아니요 버스, 버스 탄다구요.
순간 트럭이라는 단어는 아는데 버스를 모른다는 게 신기했지만,
혹시 베트남에선 버스를 트럭이라고도 하는 건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랩 기사는 내게 트럭 타는 곳에 데려다주겠다는 뉘앙스로 뭐라고 말을 했다.
그래서 트럭이라는 말에 계속 NO를 외치다가,
나중에는 멍청하게 아리송해하며 예스를 말할 뻔했다.
바로 그 순간,
어디서 경비복 차림의(어깨 장식된 파란색 셔츠에 검은 바지)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나타났다.
나한테 어디 가냐기에 공항 가야 한다고, 86번 버스를 타야 하는데 놓친 것 같다고 했더니
그랩기사와 뭐라고 대화를 하시고는 86번 버스 여기서 탄다며 따라오라는 것이다.
그래서 얌전히 따라갔더니 거기엔 정말 86번 버스 승차 대기장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리송하다.
그 그랩바이크 기사님은 정말 착해 보였는데,
버스라는 단어를 못 알아들은 게 맞을까?
어쨌거나 나는 경비아저씨한테 너무 고마워서 연신 굽신거리며 인사했고,
그랩 기사님한테도 고마워서 그랩 앱으로 팁까지 줬다.
경비아저씨가 막차 아직 안 놓쳤다고 시간표를 가리켰다.
막차는 8시 30분이었다. 그제야 나는 정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말도 안 통하는 경비아저씨한테 너무 고마웠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외국인일 뿐인데.
저 멀리서부터 나를 지켜보고 있다가 도와주러 오신 거였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잊고 있던 하노이의 더위가 다가왔다.
근처 편의점이라도 가고 싶지만 그냥 얌전히 버스를 기다리기로 했다.
편의점은 공항에서도 갈 수 있다, 그냥 참자.(아니 공항에 편의점은 없다.)
드디어 86번버스 막차 탑승
86번 버스의 진짜 마지막차에 1등으로 올라탔다.
캐리어는 뒤쪽 짐칸에 실어두고, 맨 앞자리에 앉아서 자리를 잡았다.
버스에 탈 때도, 타고나서도 창문너머 경비아저씨께 계속 인사를 했다.
막차는 사람이 많을까 봐 일부러 하노이 기차역에서 탑승했는데, 평일이라 그런가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승객이 많지 않았다.
에어컨 바람 쌩쌩 나오는 조용한 버스 안에서 이따금 구글맵을 체크했다.
맨 앞자리에 앉아 창밖으로 보이는 하노이의 풍경을 보고 있자니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쳤다.
정신없는 오토바이와 바글거리는 사람들, 숨 막히는 더위, 혼자만의 여행..
하노이 기차역에서 86번 버스로 공항까지는 넉넉잡아 약 1시간 정도 소요됐다.
무사히 공항에 도착하자 안도감이 밀려왔고, 곧바로 비엣젯 체크인 카운터에 줄을 섰다.
<86번 버스 관련글>
2023.05.25 - [어쩌다 여행/해외여행] - [베트남] 2023 하노이 - 하노이 입국심사, 공항버스 86번
<하노이 국제공항 출국심사 관련글>
2023.07.11 - [어쩌다 여행/해외여행] - [베트남] 2023 하노이 - 노이바이 국제공항 스타카페, 출국심사
'어쩌다 여행 > 해외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트남] 2023 하노이 - 기념품들(약국 약, 스카프) (0) | 2023.07.16 |
---|---|
[베트남] 2023 하노이 - 노이바이 국제공항 스타카페, 출국심사 (0) | 2023.07.11 |
[베트남] 2023 하노이 - 호안끼엠 하이랜드, Tung's kitchen 분짜 (0) | 2023.07.08 |
[베트남] 2023 하노이 - 서호 카페 추천 'Bonjour' 아이스녹차크림라떼 (0) | 2023.07.07 |
[베트남] 2023 하노이 - 에그커피 이런거구나 Cafe Minh (2) | 2023.07.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