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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문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액션, 감동, 성장 혼자 다 하는 영화

by 단호박캔디 2022. 11. 17.
  • 관람 일자: 2022. 10. 29.
  • 장르: 액션, 코미디, SF
  • 주연: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 콴, 제이미 리 커티스
  • 감독: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 러닝타임: 139분/ 12세 관람가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2022)

 

 

영화 보기 전에 예고편을 일부러 안보거나 대충 보는 편이다.

어떤 영화는 예고편이 더 재미있을 때도 있어서다.

예고편은 정말 흥미로운데, 막상 까 보면 그게 다였구나 - 싶은 거다.

 

근데 이 영화는 예고편을 다 보고 가도 될 걸 그랬다.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을 나설 때, '한번 더 봐도 되겠는데? 아니, 다음에 한 번 더 봐야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좌)영화관용, (우) 국제영화제용 _ 극과 극인 포스터. 정신없거나 여백이 다거나.

일단 포스터를 봤을 땐 이거 종교 영화인가 했다.

그리고 제목을 봤을 땐 뭐지, 진짜 종교 영화인가 했다. ㅋㅋㅋ

그만큼 내용에 대해 선뜻 감이 안 잡혔다.

 

 

<여기서부터 스포>

 

내 얘기 좀 들어볼래요?(주인공들 시점으로 각색)

그녀의 이야기

 

나(에블린)는 미국에서 코인 세탁소를 운영하는 중국계 미국 이민자다.

하루하루 팍팍한 인생. 어떻게든 살아내다 보니 어느새 무뚝뚝한 중년의 아줌마가 되었다.

 

선하고 다정하지만 경제력이나 현실감각을 기대하긴 힘든 남편과 

늘 나를 못 미더워하는 것 같은 치매환자 아버지, 그리고 여자를 사랑한다는 딸.

 

사정이 이렇다 보니 늘 신경이 곤두선다.

게다가 곧 아버지 생신 잔치도 치러야 하고, 국세청 조사도 받아야 한다.  

그 어떤 것도 만만치가 않아!

그녀의 남편 이야기

 

그 언젠가 나도 뜨겁게 사랑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와 결혼한 후, 우리는 함께 역경을 헤쳐나가며 토끼 같은 딸도 낳았지.

하지만 지금, 나를 사랑하던 그 여인은 없다.

아내는 이제 얘기할 때조차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지나가는 금슬 좋은 노부부의 모습은 나의 로망.

이혼 신청서가 그 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한 번뿐인 인생, 이렇게 살다가 죽을 수는 없다. 

이혼에 대한 화제만으로도, 우리가 서로를 돌아볼 계기가 될 거야!

 

 

그녀의 딸 이야기

 

곧 할아버지의 생신이다.

엄마는 이번에도 내 여자 친구의 존재를 숨기려 하겠지.

이번 생에 엄마와 소통하긴 글렀다. 이러니 집에 들어가고 싶겠냐고! 

 

 

다중 우주? 뭐가 어쩌고 어째?

세관 조사를 받기 위해 온 가족이 출동했다.

그러나 에블린은 도무지 조사원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난생처음으로 남편한테서 다중 우주가 어쨌네 저쨌네 하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분명 겉모습은 남편인데 자기는 내 남편이 아니라고 하질 않나. 내가 도와야 한다고 하질 않나.

 

그러나 결국 상황을 이해한 에블린은 겉모습만 남편인 자에게 협조한다.

이 세상과 나의 사랑하는 딸을 구하기 위해!

 

 

다중우주(멀티버스) : 극 중 세계관

 

'다중우주'는 무수한 각각의 '내'가 살고 있는 우주다.

지구에 살고 있는 에블린이 전부인 줄 알겠지만, 지구 너머 어딘가에는 무수한 에블린들이 모두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다는 것.

그 에블린들의 모습이 다른 건, 어떤 특정 시간과 사건에 있어 각기 다른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나비효과)

예를 들어, 지구 속의 에블린은 남편을 너무 사랑해서 꿈도 포기하고 결혼했다. ->  궁핍한 삶

하지만 화성(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 행성)에 살고 있는 에블린은, 남편을 버리고 꿈을 택했다. ->  성공한 유명 배우의 삶

또 어딘가에 사는 에블린은 쿵후 능력자고, 또 어딘가의 에블린은 손가락이 소시지처럼 생긴 데다가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이런 다중우주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

어찌 보면 이건 또 다른 세상의 '에블린'(E라고 칭한다)이 만들어낸 결과다.

 

다중우주의 자아들은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자아들에게 접속해서 그들의 능력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방법(버스 점프)도 있는데,

이는 아무나 할 수도 없고 위험한 행동이다.

E는 딸에게 그런 행위를 끊임없이 강요했고,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그 딸은 결국 모든 능력을 가진 신의 위치에 다다르지만,

그와 동시에 인생무상에 빠져버린다.

그리고 이 모든 고통의 끝은 세상의 멸망이라고 결론짓는다.

 

이를 막기 위해 다중 우주에 살고 있던 남편의 또 다른 자아가 지구의 에블린을 찾아온 것이다.

당신이라면 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

 

 

처음엔 당황해서 숨고 도망치던 에블린.

곧 버스점프를 통해 다른 이들의 능력을 습득한다.

(계속 액션씬 등장)

그리고 이내 두려움의 대상을 만나게 된다.

저 블랙홀에 모든 것, 모든 순간의 선택을 한 번에 빨아들여서 없애자고! 

 

자신의 딸과 완벽히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다중 우주의 신.

그녀는 에블린에게 함께 베이글로 들어갈 것을 제안한다.

이 세상을 무로 만들어버리는 거야. 고통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하지만 에블린은 결국 세상을 구하고, 현실세계의 가정도 지켜낸다.

알고 보니 문제 해결력 갑인 남편의 다정함, 어딜 가든 돌아올 안식처가 되어주고 싶은 소중한 딸.

이제껏 눈앞에 두고 보지 못했던 소중한 가족 말이다.

 

창조 영화 - 나의 관람 포인트 셋.

이 영화를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창조 영화'다.

혁신적인 멀티버스 세계관 액션 영화로 출발하지만, 너무나 많은 의미 전달을 창출한다.

물론 이건 관람자마다 다르겠지만, 나로선 그래 보였다.

 

 1. 아무것도 못하는 무능력자라고 생각했지만, 모든 걸 할 수 있는 '초'능력자

 

지구의 에블린이 멀티버스에 존재하는 또 다른 에블린들의 존재를 알게 됐을 때,

마냥 신기하고 새롭진 않았을 거다.

'다들 뭔가 하나씩 특출 난 능력이 있고, 난 아니야.

난 매번 선택의 기로에서 실패했으니 이 모양 이 꼴인 거지. 폭망캐다.'

 

그러나 그녀는 전우주를 구하는 데 용기를 낸다.

뭐하나 특출 난 거 없는 무능한 내가, 성공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어쩌면 우리도 마찬가지 아닐까.

TV에는 슈퍼스타가 넘쳐나고, 이렇다 할 특기가 보이지 않는 내가 우주의 먼지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몇 살이든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상관없이, 선택은 해볼 수 있다.

도전하고, 실패하고, 포기하고, 다시 도전할 선택 말이다.

 

 

 

누구의 삶도 아닌 '나의 삶'을 선택하는 에블린.

 2. 그 어떤 화려한 삶도 아닌 진짜 나의 삶을 선택하다.

 

극 중 에블린은 많은 다른 에블린들의 삶을 간접 체험한다.

화려한 드레스에 전문가가 해준 메이크업을 받는 그런 유명한 배우의 삶도 있었고,

재능 있는 요리사의 삶도 있었다.

하지만 이내 '지구의 에블린'으로 돌아온다.

그 누구의 화려한 삶이 아닌 '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나'의 삶으로.

 

때로는 한없이 소심해져서 과거의 나를 생각할 때가 있다.

그때 이랬다면 어땠을까.. 만약 내가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상상 말이다.

근데, 그건 그냥 상상일 뿐이다.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같은 선택을 할지 모른다.

그때의 내가 내린 결정은 생각보다 신중한 선택이었을 테니까.

그러니 과거의 나를 후회스럽게 바라보지 말고, 현재의 나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어떨까?

 

 

 3. 스스로 가린 안대를 풀면, 진짜 소중한 것(사랑)이 보인다.

 

전쟁 같았던 시간이 한바탕 끝나고 난 뒤, 에블린은 정신을 차리게 된다.

 

손녀가 동성연애자라는 걸 알게 된 아버지의 모습과,

차분하게 국세청 직원을 설득하는 남편의 모습과,

이젠 지쳐 떠나려는 세상 가장 사랑하는 딸의 모습. 

 

사실 소중한 건 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지도 모른다.

가족, 친구, 연인, 그리고 나 자신.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들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삶의 마지막에 찾고자 하는 건 무엇일지,

바쁜 와중에도 한 번씩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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